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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녹슨 갑옷

로버트 피셔 지음, 박종평 옮김, Golden Age, 2008. 11. 27

 

* 내 삶을 무겁게 하는 것은 바로 ‘나’다.

 

이 책 <마음의 녹슨 갑옷>의 첫 문장은 “먼 옛날 어느 나라에 자신이 착하고 친절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기사가 살고 있었다.”로 시작한다. 문장을 잘 봐야 하는 이유는 원래 착하고 친절한 게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그렇게 보이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냥 읽으면 ‘아! 착한 기사구나’ 생각하게 되고, 그 다음 내용부터 책을 보면서 머리가 혼란스럽게 된다. 어째든 그는 용맹한 기사로서 많은 전투에서 적을 물리치고, 못된 용들과 싸우면서 위험에 처한 공주, 귀부인 등을 많이 구해줬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용맹한 기사라고 칭송한다.

 

그러나 전투가 끝나고 더 이상 물리칠 적도, 구해줄 공주도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기사는 평화의 시대에서도 과거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전투한다고 생각하며 갑옷을 벗지 않았다. 사실 그는 그 동안 누군가를 위해 싸운 게 아니라 누군가를 구해주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기에 용감하게 싸웠다. 그는 전투 때문에 위해 갑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니라(소방대원이 신속히 출동하기 위해 항시 방화 복을 입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갑옷 자체를 사랑했기에 그것을 벗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줄리엣은 “만약 당신이 그 갑옷을 벗어 던지지 않는다면 크리스토퍼(아들)와 함께 말을 타고 당신의 성을 떠나겠어요.”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녀는 갑옷 때문에 아버지 얼굴조차 모르는 아들에게 아버지 모습을 설명하는 것도 괴로웠고, 잠잘 때조차 갑옷을 입고 자는 그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결국 기사는 가족을 잃지 않으려고 갑옷을 벗지 않을 수 없었다. 갑옷 때문에 아내와 아이마저 잃어버릴 상황이었다. 그러나 기사가 막상 갑옷을 벗으려 하자 갑옷을 벗을 수가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갑옷을 입고 있다 보니 갑옷에 녹이 쓸었다. 얼마나 단단하게 붙었는지 나라에서 가장 힘센 대장장이마저 손  들어 버렸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갑옷을 벗겨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멀고 먼 여행을 떠났다. 이때부터 갑옷을 벗기 위한(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고생이야기가 시작된다. 결론은 당연히 갑옷을 벗었다. 하지만 그는 평소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내 던져야만 했다.

 

한 독자는 이 책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미도 모른 채 가속도에 의해 정신없이 달리는 동안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라고 평하고, 또 다른 독자는 “삶이 너무 무거워 뒤를 돌아보니 나를 이토록 무겁게 따라 다니던 그것이 결국 ‘나’였음을 알게 되었다....갑옷을 벗고 가만히 앉아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무엇도 삶을 바꿀 수는 없다. 자신만이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자신의 깊은 슬픔과 진실한 열망만이 삶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한다.

 

* 공격을 막기 위한 갑옷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기도 하다.

 

이 책 <마음의 녹슨 갑옷>에서 ‘갑옷’은 나를 외부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장벽을 의미한다. 그것이 행동이든, 태도이든 진정한 내 모습을 의도적으로 감추기 위한 또 하나의 ‘나’를 만든다. 남들에게 좀 더 멋지게 보이려고, 누군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내보이기 싫어 방어벽을 쌓거나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나를 위장한다. 물론 나를 포장한다는 것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존경받고 싶어 한다. 또 자신의 허점이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걸 사람들도 원치 않는다. 솔직함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여성 같은 경우에는 화장하지 않고 맨 얼굴로 회사출근하면 상관에게 야단맞는 세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진정한 내가 아닌 다른 모습, 저자 말로 표현하면 갑옷을 ‘나’라고 착각할 때 발생한다. 책을 보면, ‘멀린’이란 도사가 기사에게 ‘당신은 겁이 나서 갑옷을 입고 있는 게 아니냐?’고 따지는 장면이 있다. 기사는 마법사의 말에 자신은 전쟁터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갑옷을 입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도사가 누가 너더러 전쟁터에 나가라고 했냐고 다구 치자 기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제가 착하고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기사라는 걸 증명해야 했어요.” 그 말을 들은 ‘멀린’은 잠시 기사를 바라보다가 기사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말 한마디를 던진다. “자네가 그런 기사라면 무엇 때문에 (자신을) 그렇게 알리려고 애썼나?”

 

내가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이라면, 내가 진정한 갑부라면, 내가 전국 석차 1등의 우등생이라면 그런 나를 구지 알릴 필요는 없다. 가만히 있어도 언젠가는 사람들도 알게 될 것이고, 또 모른다 해서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도리어 함께 있는 사람에게 부담 줄까봐, 귀찮은 부탁이나 청탁 같은 것을 받을까봐, 혹시 피해를 입지나 않을까 감추는 데 급급할 것이다.

 

평소 우리가 입고 있는 갑옷, 이 갑옷은 바로 나의 아킬레스건이다. 아킬레스가 자신의 발꿈치를 보호하려고 애쓴 것처럼 내가 가장 아픈 부분을 가린 게 갑옷이다. 문제는 이런 갑옷을 오래 입고 있다 보면 그게 자신인 것처럼 착각할 때가 온다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불편하지도 않고, 뭔가 무거운 것을 입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기에 자신의 몸처럼 달고 다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갑옷으로 가린 부분은 점점 더 약해지고, 다른 부분도 갑옷에 맞춰 달라진다. 좀 더 힘차고 빠르게 달리기 위해 1g도 안 되는 옷 무게도 줄이겠다고 난리치는 상황에서 그 무거운 갑옷을 지고 다니는 우리는.....얼마나 힘들까.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갑옷이 나를 억누르는 감옥이 된 상황이다.

 

* 갑옷은 나를 약하게 만든다. 

 

 

우리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은 두 가지, 사랑과 두려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둘은 동시에 생길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두려움이란 감정을 더 많이 느끼며 살아간다. 사랑은 안정, 평화와 기쁨을 주지만, 두려움을 주는 상황은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려움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는 두려움이란 감정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외부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먹은 것이 해가 된다고 판명되는 순간(이성이 아닌 본능적으로) 즉각 토해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도 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더 나아가 두려운 감정 자체를 없애버리겠다고 한다면 이건 우리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죽이는 지름길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세상의 병균이 무섭다고 아예 정화된 공기만 마실 수 있는 유리관에서 살아보라. 그곳에서 지낼 동안은 세균에 감염되지 않겠지만 외부로 나오는 순간 온갖 질병에 다 걸릴 것이다. 무균상태에서 살아왔기에 몸 안에 항체가 없기 때문이다. 싸워야 할 적군이 없으니 몸 안에서 백혈구 같은 항체를 키울 필요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당장은 아프지만 그것을 이겨낼 힘을 길러야만 한다. 나를 위한 유리관은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는 어떤 보호막도 없는 허허벌판으로 나갈 날이 오기 마련이다. 그때 내 안에 아무런 힘도 없다면 나는 영원히 유리관을 들고 다녀야 하고, 그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신세가 된다. 즉 내가 만든 감옥에 내가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 나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자신이 두려워하는 모든 것, 집착했던 모든 것,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자신이 부적하다는 것,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우선 두려움은 아직 발생기지 않은 것에 대한 것이고, 자신이 아는 것, 가진 것, 집착하는 것을 놓치거나 얻지 못할까 고민할 때 생기는 것이다. 이를 다 놓아버리면 그 순간 마음에 평화와 여유가 생기고, 그 순간 자유스러워진다. 모르는 것을 감출 필요도, 내가 아닌 것을 나라고 우길 필요도 없다. 물론 움켜쥐고 있는 것을 놓기 직전에는 무척 두렵다. 바닥으로 떨어져 형체도 없이 사라지지나 않을까, 나를 보호하던 모든 것이 없는 상태에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가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는다. 나도 바닥을 두려워하며 손을 놓지 못해 몇 년을 고생했지만 손을 놓는 순간 내가 두려워했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도리어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며 힘을 키우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바닥을 치는 순간 상승세만 남은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는 세상의 모든 것에, 지금 내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가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그들을 끌어안으면 된다. 배울 게 있으면 최선을 다해 배우고, 느낄 게 있으면 마음을 활짝 열고 온 몸으로 느끼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게 있으면 소리 내어 울면 된다. 가진 게 없기에 빼앗길 것도 없고, 아는 게 없기에 틀려도 쪽 팔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아는 척, 가진 척 할 필요도 없다. 나락 줍는 아녀자처럼 내 앞에 떨어진 모든 것을 열심히 머리와 가슴에 주어 담으면 된다.

 

회상을 입은 손이 아프다고 손의 감각신경 자체를 없애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잠자다가 내 손이 화로에 올라가 타고 있어도 세상모르고 잘 것이다. 그리고 아침에 깨어 ‘어? 내 손이 왜 탔지?’하지 않겠는가. 화상을 입으면 아프다. 그것도 무척. 어려움을 당하면 고통스럽다. 하지만 나를 아프게 하는 신경조직이 있기에 손 자체를 태워버리지는 않는 것처럼 고통을 두려워하기에 우리는 항상 그것을 준비할 수 있다. 이것이 인간이다.

 

갑옷은 필요하다. 나를 보호해주고 자신 있게 앞으로 돌진할 수 있게 용기를 준다. 하지만  그것에 의존해 살다보면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한다. 갑옷이 나를 보호해주리라고 믿는 동안에는 그 어떤 것도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실행하지 않는다. 게다가 갑옷이 자신이 약점을 보호하기 위해 입었다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면, 갑옷을 입은 모습이 자신이라고 믿어버린다면 어떻게 나를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 갑옷은 분명히 두려움 때문에 입었다. 외부공격을 그냥 당하는 것도 바보니까 말이다. 하지만 갑옷은 일정 순간의 보호 장치이지 그게 '나‘는 아니다.   

 

 

 

P/S 이 책은 <청소년, 책의 숲에서 꿈을 찾다>에서 소개한 책입니다.

 

 

 

 

 

 

 

 

 

 

Posted by 내 마음속 향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슬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7.10.17 15:43 신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

  2. 백합성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7.11.22 23:24

    나 자신을 돌아 볼수 있는 글이네요!

  3. 산호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7.11.23 00:41

    마음의 녹슨 갑옷이라는 책 읽어보고 싶네요.

  4. 작은양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8.01.03 18:26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되는 글이네요.
    갑옷이 녹슬기 전에 잘 관리를 해야할 것 같아요.
    필요할 때 입고 필요 없을 때는 벗을 수 있도록...^^

  5. 자유계약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8.01.03 22:47

    아직도 마음속에 녹슨 갑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벗어 버리고 깨끗한 갑옷을 입으려 합니다.
    새롭게 시작하렵니다.~

  6. 쭈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8.01.03 23:22

    제 자신을 돌아보게하는 좋은 글이네요
    새해에는 진정한 나를 찾기위해 열심히 노력할렵니다

  7. 겨울이야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8.01.03 23:26

    참 많은것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인듯 합니다.
    한번 기회가 되면 소개된 책을 읽어 보고 싶습니다.

  8. 리트리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8.01.31 18:56

    녹슬 정도로 갑옷을 계속 입고 있었다면
    잠 잘 때에도, 밥 먹을 때에도 항상 입고 있었다는 얘기네요.
    그렇다면 수년 동안 세수나 샤워도 안했다는 것인데..
    헉!! 갑옷을 너무나 철철히 입고 있었네요.
    '내 삶을 무겁게 하는 것은 바로 ‘나’다' 라는 문장에 공감이 많이 되네요.
    갑옷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계속 입고 있는 것은 오히려 나를 점점 더 후폐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9. 보니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8.01.31 23:03

    그런 고정관념과 주위의 시선을 인정하고 극복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로는 굉장히 힘든 부분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기도한 거 같습니다

  10. 차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8.01.31 23:20

    이제는 새로운 갑옷을 입어야 할 때 이네요
    지난날의 구습을 이제는 다 벗고 새사라으로 변화 받아야 하겠습니다

  11. 자유계약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8.01.31 23:23

    내마음속에 녹슨 갑옷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언약의 전신갑주를 입어야 겠어요~

  12. 까마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8.01.31 23:29

    나에게도 마음의 녹슨 갑옷이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나에게 있는 편협한 생각을 돌아보고, 녹슨 갑옷을 벗어버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3. 자유계약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8.03.17 22:54 신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합시다.~^^
    계획도 새로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달려 가자구요~^^